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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돗개 '순종' 명칭 쓸 단계인가 이름 윤희본 날짜 2006/04/07 12:31:12 조회 28166 진돗개는 왜 말이 많은가 요즘 진돗개 애견가들은 큰 딜레마에 빠져 있다. 우선 진돗개 시장이 완전히 죽어서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애견 동호회 사이트 논객들의 말이긴 하지만 진돗개 순잡 논쟁의 도를 넘어서 이제는 번식에 혈통을 참고할 필요가 없다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진돗개 애호가들의 숫자만큼 무책임한 진돗개론이 판을 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초보자들의 논란이긴 하지만 혈통 무용론은 좀 심한 것 같다. 혈통이란 좋은 개를 생산하기 위해 계획적 번식을 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해온 번식의 결과들을 모조리 무시하는 과거 부정인지, 앞으로 계획번식으로 혈통을 세워야 하는 번식방법 자체를 무시하는 미래 부정인지 자체도 모호하다. 당연히 그 어느 것도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란 것을 여기서 언급해야 할 필요조차 없지만. ◎ 진돗개, 정체성의 부재 오늘날 모든 견종이 발전을 해나가는데 유독 진돗개만 이렇게 혼란에 빠져, 달도 없는 그믐날의 밤 12시 시점에 홀로 남게 된 것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은 브리더와 구매자 간의 불신이 초래한 진돗개의 정체성 부재와 이로 인한 불투명한 미래에서 그 원인을 찾고 싶다. 진돗개 애호가들에게 아직까지도 견종의 정체성이 정확하게 인식되어 있지 않으니 외모의 생김새와 내적 성품에 대한 접근과 파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러면 정체성이란 어디서 오는 것이며 어떤 것인가. 우선 진돗개의 ‘역사’와 살아 온 ‘환경’에서 파악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여기서 생김새의 원리와 성품의 특성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적인 견종들의 표준의 서두에는 그 견종의 생성과 삶의 역사가 쓰여있게 된다. ◎ 진돗개와 자연견종 진돗개는 그 특성상, 견종 인식의 접근부터 정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진돗개는 자연견종>이란 개념은 1991년 4월에 발간된 애견단체 회지인 ‘애견의 벗’에 발표한 ‘한국 진도견의 기원’이란 리포트에서 필자가 처음 도입하였다. 물론 필자의 진돗개에 대한 당시의 인식이 지금과 다소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현재는 진돗개에 대한 기초적 접근에서 자연견종이란 개념이 보편화 되었지만, 그때는 견종을 파악하면서 이런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상당히 드문 경우였다. 세상에 수백 종의 개가 있고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이 있는데 왜 자연견종이란 별로 어렵지도 않은 개념을 도입한 사람들이 거의 없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개는 모든 전문가들이 그 인식의 접근에서 가축이란 개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견종, 다시 말해 개의 ‘품종’이란 개념은 그 종의 형성과 번식에 인간이 개입한 ‘가축’의 의미를 배제하고는 성립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견종 형성에 인간이 개입하지 않은 자연견종과 품종의 개념 사이에는 이렇게 상반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진돗개가 자연견종이란 것은 유전자 상에도 명확한 이 견종의 본질적 특성이다. 이런 상이성이 많은 애호가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요인이다. ◎ 진돗개, 아직 순종이란 명칭을 쓸 단계가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말해서 지리적 또는 기타 자연 환경의 고립에 의해 형성된 동물의 종에게는 이른바 ‘순종’의 개념을 쓰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품종이나 순종이란 단어는 가축의 범주에서 사용되는 개념이다. 우리는 아프리카의 사자, 아마존의 악어들을 품종 또는 순종이라 하지 않는다. 그들은 한 아종일 뿐이다. 반면에 세퍼트, 푸들은 개의 품종으로서 순종이다. 순종이란 그 외모의 생김새에서 거의 동일한 특성을 유전한다. 성품에서도 특징적인 성품을 유전하는 것이 상례다. 이는 인간이 이런 내적 외적 특성들을 모아 유전적, 혈통적으로 고정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애견으로 일반화 되어 있으면서 진돗개와 비슷한 종의 형성과정을 거친 허스키나 말라무트 같은 견종도 이런 인위적 선택번식의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 이런 개들이 붕어빵 같은 외모의 유전력을 가지고 있으며 썰매 끌기에 유리한 성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혼란의 출발점 그럼 진돗개는 어떤가. 진돗개라는 종은 개의 품종 즉 순종이란 개념을 적용시킬 수 없다. 진돗개는 분명 자연 환경적 고립에 의해 자연 발생적으로 그 종이 형성되었다. 우리는 그 어느 시절에도 이 개의 외형적 내성적 특질을 모우기 위해 인위적 선택번식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진돗개는 순종이라 할 단계가 아니며, 아직까지는 자연의 한 ‘원종’이라는 생물학적 인식이 정확할 것이다. 비슷한 유전자 풀을 가진 한 종의 집단인 것이다. 그래서 원종으로서의 비슷한 형태를 지니면서 다른 순종의 견종들에게서 보기 어려운 다양한 크기와 형태, 성품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진돗개에 대한 인식의 혼란이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우리는 자연의 원종인 진돗개를 가축의 순종 개념으로 파악하는 큰 착오를 범하고 있다. 겹개, 홑개, 후두형, 각골형, 통골형, 썰개, 뻘개 등 소위 진돗개 전문가들이 즐겨서 진돗개를 분류하는 이런 명칭들은 개 품종으로써 견종 분류의 상식적 기준의 선을 넘어서는 인식의 오류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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