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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고함(孤喊)] 진도개가 영국개 될라 [중앙일보] (펌)
세명대 김광림 총장은 보기 드문 애견가다. 그와 만나면 무슨 이야기든 개를 주제로 풀어나가야 쉽게 풀린다. 그는 역대로 많은 진도개 명견을 키웠는데 아현이라는 백구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공무원 시절 노상 집에 늦게 들어가게 마련인데 50m가량 떨어진 주차장에 엔진을 끄기만 하면 아현이가 좋아라고 짖어댄다는 것이다. 아무리 딴 사람이 시차를 두어 자동차 엔진을 꺼도 시룽대지 않다가 자기 차 소리에만 정확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하루는 밤늦게 돌아오자 피곤한 그를 위로할 셈으로 사모님이 등짝을 안마봉으로 가볍게 쳤는데 소리가 크게 나자, 아현이가 사모님 허벅지를 꽉 물어버린 것이다. 순간 아현은 실수를 자인하고 끼깅 아귀를 풀었지만, 상처는 이미 크게 나고 말았다. 그때에도 김 총장은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보다 진도개의 주인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으로 마음이 흐뭇하더라 했다. 물론 농담이겠지만, 그는 확실히 개에 '미친' 사람이다. 나도 한때 개 훈련에 각별한 취미가 있었던 사람이지만, 인간세의 비참한 현실에 눈을 뜬 뒤로 동물 애호에 대한 정을 버렸다. 그러나 김 총장의 진도개 사랑은 좀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흔히 진도개를 13세기 말 삼별초난 때 몽고군이 떨궈놓고 간 종자라고 보아 북한의 풍산견과 연결시키는 통설은 낭설이다. 개(Canis familiaris)는 본시 늑대(Canis lupus)에서 가축화 과정을 거치면서 진화한 동물인데 진도개는 그 야생적 프로토 타입에 매우 근접한 종자이며, 외형적으로 보면 이스라엘의 가나안견(Canaan Dog)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딩고(Dingo), 노르웨이의 부훈드(Buhund) 등과 매우 유사하다. 그런데 이런 종자들이 모두 긴 역사를 지닌 토종이다. 진도개도 당연히 우리 조선땅에서 고래로부터 있던 종자인데 육지와 단절된 진도에서 유독 그 독특한 토착성을 유지하여 온 것이다. 진도개와 유사한 어떠한 종도 몽골에 존재하지 않으며 풍산견도 체급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종이다. 몽고군이 여기저기 떨구고 간 종자라는 엉터리설은 철저히 배격되어야 한다. 진도개는 귀속성.청결성.수렵성.보스 기질 등 야생동물의 본능을 강렬하게 보지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마음과 가장 섬세하게 소통이 가능한 영민한 개로서 정평이 있다. 진도개는 나대지 않고, 불필요하게 짖지 않는다. 여유롭고, 고개를 숙인 모습은 조선 금수강산의 민둥산을 닮았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는 승부와 무관하게 가차 없이 공격한다. 일본개는 고개를 쳐들고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는 느낌을 주지만, 공격 전에 승부를 계산하고 강자 앞에선 뺑소니치고 만다. 포인터는 사냥에, 핏불 테리어는 치악력에, 셰퍼드는 수색에, 레트리버는 사냥감 회수에 각기 금메달이지만, 진도개는 종합점수로 치면 동메달을 다 모아 최상의 챔피언이 된다. 진도개는 서양개와 같은 특수 훈련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팔각을 이룬 얼굴은 호랑이 같고, 귀는 작은 삼각형으로 앞으로 쭈빗 솟았다. 눈은 대추씨처럼 작고 눈꼬리가 치솟았으며 동공 초점이 약간 위로 떠있다. 코는 까맣게 윤기가 돌며 목덜미가 두툼하고 우람차며, 가슴이 딱 벌어진 채 앞다리는 튼튼히 직립하고 있다. 꼬리는 굵고 힘있게 말아 올려져 있다. 관련링크 도올 고함(孤喊) 독일셰퍼드협회(DSV)는 1899년 이미 한 마리의 프로토 타입을 선정, 계보를 만들어 발전시켜 왔기 때문에 현재 200만 마리에 이르는 전 세계 족보견은 모두 한 조상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족보견으로 등록이 되려면 이와 같은 혈통 체계화 작업을 거쳐 1873년 창립된 세계기구인 브리티시 케널 클럽(British Kennel Club)에 등록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한 마리를 선정하는 데 쌈박질만 되풀이하다가 진도개라는 세계적 명견을 등록도 못 시키고 있다. 독일셰퍼드협회가 일 년에 셰퍼드 순종을 세계에 파는 순이익이 벤츠차량 판매 이익을 훨씬 능가한다. 사단법인 진도개혈통보존협회는 10월 그 한 마리를 정한다고 한다. 이제 각 단체가 아집을 버리고 빨리 대의를 위한 합의에 도달해야 할 것이다. 진도개는 이미 진도라는 지역성에 국한될 수 없다. 그리고 개의 형질은 후천적 생활조건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여유로운 환경에서 고등한 대접을 받을수록 고등한 개가 되는 것이다. 진도개는 세계 애견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잘못하면 영국에 가 있는 진도개가 먼저 등록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다. 그러면 진도개는 영국개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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